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계좌가 녹는 이유

8년차 트레이더

손절하고 나서 복구하려고 레버리지 올려서 매매해본 적 있으세요? 그것도 운 좋게 성공한 경험이요.

저는 있습니다. 그리고 그게 제 트레이딩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경험이었어요.

왜 무섭냐고요? 성공했는데 왜 무섭냐고요?

이유는 간단합니다. 그 한 번의 성공이 제 뇌에 완전히 잘못된 회로를 만들어버렸거든요. "아, 손절해도 밀어붙이면 되는구나" "난 할 수 있어. 이번에도 가능해" 이런 착각이 박혀버렸죠.

근데 문제는, 다음번엔 그게 안 통한다는 겁니다.

저는 손절 후 레버리지를 2배로 올려서 단 하루만에 계좌를 복구한 적이 있어요.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아세요? "나는 천재야" "다른 놈들은 못하는 걸 해냈어" "역시 나는 달라" 완전히 도파민에 취한 상태였습니다.

그리고 그 다음 손절 때도 똑같이 했죠. 이번에도 될 거라고 믿었어요.

근데 이번엔 안 됐어요. 계좌가 반토막 났습니다.

그제야 깨달았죠. "아, 저번엔 운이었구나" "나는 실력으로 복구한 게 아니었구나" 근데 이미 늦었어요.

여러분도 혹시 저처럼 운으로 살아난 경험이 있나요? 그리고 그게 실력이라고 착각하고 있진 않나요?

그날 밤, 저는 밤새도록 제 매매 일지를 다시 봤어요.

그리고 충격적인 걸 발견했습니다.

제가 무리한 복구로 성공한 7번의 매매 중에서, 실제로 제 판단이 옳아서 성공한 건 단 1번이었어요. 나머지 6번은 그냥 시장이 제 편이었던 겁니다.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시장이 우연히 그렇게 움직여 줬던 거죠.

그날 밤 저는 다짐했습니다. "다시는 운에 기대지 않겠다"

그리고 손절 후 무리한 복구를 절대 하지 않는 3가지 안전장치를 설계했어요. 과거의 나에게 이걸 알려줄 수만 있다면 그 계좌는 안 날렸을 텐데요. 오늘 그걸 공유하려고 합니다.

그 전에, 왜 무리한 복구가 위험한지 데이터로 보여드릴게요.

러시안 룰렛이 뭔지 아시죠? 총알 하나 넣고 운에 맡기는 거잖아요. 5번은 살아남을 수 있어요. 근데 6번째는 죽습니다. 손절 후 무리한 복구가 정확히 이거예요.

제가 실제로 데이터를 뽑아봤어요. 손절 후 무리한 복구 매매 20번의 결과입니다.

성공 14번 (70%) → 평균 +35%

실패 6번 (30%) → 평균 -68%

"오, 70%면 성공률 높은데요?"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어요. 근데 여기 함정이 있습니다. 계산해 볼까요?

(14번 × 35%) - (6번 × 68%) = 490% - 408% = +82%

20번 해서 겨우 82% 남는 겁니다.

더 큰 문제는, 이 6번의 실패가 언제 올지 모른다는 겁니다. 처음에 올 수도 있고, 14번 연속 성공하고 15번째에 올 수도 있어요. 만약 처음 3번이 실패하면? 계좌가 거의 증발합니다.

이게 러시안 룰렛인 이유예요. 성공률이 높아도 한 번의 실패가 전부를 날려버리니까요. 행동경제학에서 이걸 '파국적 손실(Catastrophic Loss)'이라고 부릅니다. 카지노의 마틴게일 베팅이랑 똑같아요.

그래서 만든 3가지 안전장치입니다.

이 3가지만 지켜도 계좌 날릴 확률이 90% 줄어듭니다

1. 손절 후 24시간 매매 금지

최소 24시간입니다. "아니, 30분도 아니고 24시간이요?" 네, 24시간입니다. 제가 측정한 결과 손절 후 감정이 완전히 가라앉는 데 평균 18시간이 걸렸거든요.

30분으로는 부족해요. 겉으로는 괜찮은 것 같아도 무의식적으로 복수심이 남아있습니다. 차라리 하루를 쉬세요. 그날 저녁엔 운동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영화를 보세요. 트레이딩과 완전히 단절하는 겁니다.

💡 실제로 이 규칙을 지킨 후 무리한 복구 충동이 89% 줄었습니다

2. 복구 계획서 작성 의무화

24시간 후, 매매하기 전에 반드시 A4 용지 1장짜리 계획서를 쓰세요. 항목은 딱 3가지입니다. 어제 손절한 이유, 오늘 진입하려는 근거 3가지, 손절라인과 목표가.

이걸 쓰다 보면 자기 생각이 얼마나 엉망인지 보입니다. "어? 근거가 별로 없네?" "이거 그냥 욕심이었네?" 이렇게 자각하는 순간 무리한 매매는 자동으로 포기됩니다.

💡 계획서를 쓰기 시작한 후 무리한 복구 시도가 제로가 됐어요

3. 포지션 크기 강제 제한

손절 후 최소 1주일간은 평소 포지션의 30%만 사용하세요. "그럼 복구가 너무 느린데요?" 좋은 지적입니다. 근데 제가 물어볼게요. 느린 복구 vs 계좌 날리기, 둘 중 뭐가 나아요?

저는 과거에 빠른 복구를 원했어요. 그래서 큰 포지션으로 밀어붙였죠. 그리고 계좌를 날렸습니다.

지금은 생각이 달라요. 느려도 되니까 살아남는 게 먼저다.

💡 30% 포지션 룰을 지키고 나서 1년간 계좌를 날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

복구는 느렸지만 적어도 생존은 했습니다. 그리고 생존한 사람만이 다시 복구할 기회가 있어요. 과거의 저는 이걸 몰랐습니다. 빨리 복구하다가 영구히 퇴장당했죠.

"운으로 이긴 건 실력이 아니다"

과거의 저는 이걸 몰랐어요. 운으로 복구한 걸 실력이라고 착각했죠. 그래서 계좌를 날렸습니다.

지금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은 다를 겁니다. 제가 과거에 당한 실수를 여러분은 안 하실 거예요. 왜냐하면 이제 알았으니까요. 무리한 복구는 러시안 룰렛이라는 걸.

여러분은 총알을 머리에 대지 않을 겁니다. 저처럼 방아쇠를 당기지 않을 거예요.

느려도 괜찮습니다.
생존하는 게 먼저예요.

살아남은 사람만이 복구할 기회가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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